한 번 마음을 둔 것을 오래도록 좋아하고, 익숙함을 기꺼워하는 저는 삶 곳곳에도 '큐'를 숨겨 놓았던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는 공간들인데요. 문턱을 넘어서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저를 움직게 만들고, 또 상념에 잠기게 만드는 공간들. 집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서면 언제나 '얼그레이 갸또'를 사먹으라는 '큐'가 발동됩니다. 비록 2월부로 그 자리를 옮겼지만, 연희동에 위치했던 한 희곡 서점의 벽면을 가득 채운 분홍빛 '지만지 드라마 시리즈'는 '지금부턴 무대에 대해서만 생각해'라고 속삭이는 '큐'입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저는 이런 큐-와-큐 사이를 옮겨다니며 일상을 꾸립니다. 대부분의 큐를 서울에 찍어 두었지만, 오늘은 저를 가장 침묵하고 또 열광하게 만드는 큐에서 글을 씁니다. 저는 지금 광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