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이상한 도시이다. 지난 두 달을 되짚어 볼 때 싱가포르는 내가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내가 있었던 어떤 도시도 – 서울을 포함하여 - 나를 이렇게 대해주지 않았는데! 내가 23년 동안 조금이라도 관심 있었던 것들과 아주 많이 좋아했던 것들을 모두 해 보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영과 농구를 해 본지 아주 오래되었는데 수영이나 농구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당연히 “Can”이라고 답해주는 친구들. (사실 무엇을 묻든 간에 Can이라고 10번씩 말해 줘서 싱가포르는 "정말로 가능"의 도시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수영대회는 그리 잘하진 못했다. 대회 전전날 수영 연습을 마친 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나에게 우리 기숙사 수영팀의 헤드는 첫번째 목표는 재미, 두번째 목표는 안전, 세번째 목표는 우승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학 4년 내내 즐기는게 최고야 ~ 라고 말하면서 한 번도 즐기는 것이 최우선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처음으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영을 막 잘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50m 레인을 완주해 보았다. 무려 4번이나. 우리 팀은 전체에서 3등을 했다. 아직도 내 기숙사 방문 앞에는 이때 딴 메달이 걸려있다. 나는 운동과의 오랜 외사랑을 끝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는 기회의 땅이야, 라는 신자유주의적 수사로만 설명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싱가포르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항상 나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주었다. 이 거대한 정원은 정말 아름답지만 관리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여기서 마음대로 버리는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영화 티켓이 7천원 밖에 하지 않고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자막이 나오는 곳. 그렇지만 싱가포르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어디에 있지. 엄청난 크기의 국립미술관은 가히 건축의 나라의 자부심을 눌러담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의 미술작품은 싱가포르가 얼마나 열심히 발전했는지만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다양한 종교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과 여러 민족이 섞여 살고 있고 여러 식이 지향을 배려한 메뉴들이 많았지만 식당 카운터에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도 파키스탄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싱가포르를 미지근한 자본주의의 도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싱가포르의 이야기를 찾아 헤매고 있다. 나는 이 도시가 나에게 준 것에 고마워서라도 이 도시를 완전히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한국으로 가져갈 감각들과 경험들을 되짚는다. 싱가포르와도 매정하게 떨어지게 될 날을 미뤄두고 지금의 감각에 집중해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