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e to Cue : 열 번째 큐💌

서울에서, 유민

2025. 5. 16.

Cue to Cue 5월 호 #2💌

2025.05.16.

서울에서,

유민

May-day, Mayday!

어릴 땐 사람들이 왜 입버릇처럼 “시간 참 빠르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할 날이 올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날은 너무도 빨리 다가와, 매달 달력을 넘길 때면 푸념을 늘어놓게 됐다. 2025년은 걸음이 느린 날 기다려주지 않고 벌써 저만치 달려가 버렸다. 5월이 밝았다.

한시적 노동자성을 획득하게 된 나는 작은 연대의 마음을 품고 광장에 나섰다. 유난히 춥고 날이 궂었던 5월의 첫날, 엽과 나는 군중과 그리 잘 어울리진 못한 채 서성였다.

그날의 풍경은 지난해 12월 이후 감각했던 광장과는 사뭇 달랐다. 오히려 이쪽을 더 익숙하게 느꼈던 시간이 길었는데, 5개월 동안 형형색색의 응원봉 물결에 휩쓸렸다 다시 아스팔트 위에 서니 새삼 낯설기도 했다. 어디에 서 있든 담배 연기에 질식해야 하고, 가끔은 고성이 오가며 많은 이들이 널부러진, 찬 바닥. 난 앉지도 못한 채 그저 스리슬쩍 끼어 지켜보다가 힘을 끌어모아 행진했을 뿐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으며 메이데이를 챙겨보겠다, 색다른 노동절 집회를 경험해보겠다 야심찬 계획을 전해온 친구들이 있었다. 일기의 한 줄을 빌려 물어본다. 잘 즐기고 왔니? 어떤 의미로든 실망스런 하루가 아니었길 바란다.

어제는 연극을 한 편 봤다. 극장에 가는 날이 가지 않는 날보다 많으니, 새삼스럽게 '어제' 연극을 봤다고 말하긴 조금 멋쩍다. 그렇지만 사실만을 서술했다. 어제는 연극 '산재일기'를 보고 왔다. 작가 이철이 산업재해와 관련된 인물 17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집필한 버바텀verbatim 연극이다. 막공까지 단 3일이 남았지만, 막공 이후에 소개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현명한 일이라 믿고 소개해본다.

보는 내내 많이 울었다. 단 두 명의 인물이 인터뷰이들의 말을 대사로, 몸짓으로, 표정으로, 그리고 정적으로 표현하는데, 특히 담담한 말씨에 속절 없이 울었다.

그리고 자주 무대를 외면했다. 인물들이 사고를 당할 때, 그보다 자세할 수 없는 묘사에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고 싶어 눈을 감았다.

울지 말 걸, 눈 감지 말 걸. 매번 극장을 나서며 이렇게 후회한다. 그만큼 나는 객석에 앉아 자주 울고 또 외면해버리는데, 그 시간 동안 흘러가는 장면들을 놓치는 게 아깝기도 하다. 눈물을 참아보면 어떨까? 그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눈물 흘리지 말고 집중해야 해’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작 무대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대를 볼 때와 삶을 살아갈 때가 그리 다르지는 않음을 느낀다. 매일 나는 울어야 할까, 울지 말아야 할까? 눈을 감아도 될까, 부릅뜨고 지켜봐야만 할까? 앞서 답을 찾은 현명한 이들의 답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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