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가장이 페스티벌을 갔다온 나를 픽업하러 오면서 한 첫 마디이다. 올해로 3년 연속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인천에서, 정민' 이라고 쓰려다가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정민'이라고 고쳐썼다. 아무래도 이건 좀 다른 공간이니까...
올해는 정말 예년과는 많은 것들이 달랐다. 우선 3일을 죽어도 다 가겠다는 마음은 없어지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출석도장을 찍었다. 두번째로 목이 전혀 쉬지 않았다. 세번째로 얼굴이 그리 많이 타지는 않았다. 같은 것들도 많았다. 작년에도 같이 갔던 친구 H, 하이볼 부스, 여전히 이상한 사람들...
락페스티벌은 고사하고 락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입문했던 것이 2023년도의 펜타포트 페스티벌이었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그냥 졸졸 친구들을 따라갔는데 분위기와 음악과 모든 것에 매료되었고 (비록 첫날 아무것도 모른채로 한낮에 맥주를 마시고 땡볕에 누워있다가 열사병에 걸렸지만..) 그때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이돌 노래만 줄창 듣던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수많은 인디밴드가 자리를 차지했다. 라00, 지000000, 신00, 아디00000, 등등... 취향이 180도 뒤집어졌다. 어쩌면 2018년도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엉엉 울고, 퀸 노래를 닳아 없어질 때까지 들었던 게 복선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대형공연에서는 늘 종교적 체험을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인데, 이번에 펄프의 보컬이 체험을 넘어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시작하기 전에 이건 앵콜 공연이라고 최면을 걸기 시작하더니, 다같이 그의 춤을 따라 추게 만들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귀기울이고, 전광판의 영상을 비웃으면서도 집중하고. 우상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 무대 위에 삐걱삐걱 존재했다.
신나게 즐기고 나와서는 작년의 펜타포트를 간 나와 달라진 지금의 나의 상황과 마음과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연례행사가 있다는 건 1년마다의 나를 짚어볼 수 있다는 걸 펜타포트 3년차에 알았다. 펜타포트는 나에게 반환점 같은 거였다. 작년의 나를 바라보고 잠시 숨 고르고 그리고 내년을 바라보는 그런 반환점 같은..
아버지가 신나게 놀아재낀 딸을 데리고 오면서 말했던 그 젊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늘 진정한 자유를 찾고 희망하며 락페스티벌의 출입구를 지난다. 엄청나게 재밌고 자유롭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면서 송도달빛축제공원에 간다. 비합리적인 일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는 괜찮지 하면서 넘어가는 마음이 젊음인가? 돈을 내고 '셀프-고문'을 받으러 가는 것이 바로 젊음일까? 젊음을 살아가면서 젊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 아닐까? 돌아보는 때에야 알 수 있는 것이 젊음일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 미화되는 것이 젊은 것이라면 나는 젊음을 달빛축제공원에서 톡톡히 잘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