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유민 연간 동해에 버려지는 감정들이 무려 17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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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투큐'는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지난주 발송 예정이었던 6월 마지막 레터를 쉬어갔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이 아니다. 4주 텀에 익숙해진 필진들이 3명으로 줄어든 로테이션을 깜빡 잊은 채 한 주를 흘려보냈다. 짧은 휴식기라는 이름을 뒤늦게 붙여보며, 지난 주 큐투큐를 기다렸을 모두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큐투큐의 하반기를 이번 레터가 열 수 있어 영광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매주 레터를 써보자고 처음 제안했던 성은이 돌아왔다. 큐투큐의 창시자, 큐투큐의 시조, 큐투큐의··· 전부🥹 성은의 귀국 축하 장소는 강릉으로 정했다. 출국 전 마지막을 동해 여행으로 장식했으니, 수미상관으로 안정감과 미감을 모두 챙긴 꽤나 그럴듯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겠다. KTX를 타고 강릉역에 내린 나를 성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 (마치 연인처럼..) 끌어 안았다. 그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고 간지럽긴 해도 하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남지는 않는다. 영상으로 찍어뒀다면 두고두고 돌려볼 만한 명장면이었을 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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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배를 채운 뒤엔 재개관한 강릉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우린 미술관에 들어서며 우리가 처음 말을 섞고 친분을 다지게 된 계기인 연극 이야기를 문득 했다. 유럽의 것들-맥주와 디저트와 건축과 날씨 따위-은 한국과 차원이 다르다고 울부짖는 “차원 달라” 병에 걸린 성은의 주파수에 맞춰 여전히 치료하지 못한 나의 “차원 달라” 병도 고백했다. 나는 “포르투갈 에그타르트는 차원이 달라” 병에 걸려 귀국 후 단 한번도 한국에서 에그타르트를 먹어본 적이 없다···. 다른 시기지만 둘 모두가 방문했었던 여러 미술관들이 떠오르는 강릉시립미술관의 남다른 미각을 칭찬하며 미술관 카페에 앉아서는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마블 이야기만 1시간 내내 이어갔다.
5개월 간 7시간의 시차를 건너 생활했지만, 같이 좋아하는 것들은 많아졌고, 함께는 아니었지만 둘 다 가본 장소들이 늘어가며 비슷한 점은 더 늘어왔다. 종종 웃음이 났고, 그보다 더 자주 편안해졌다. 마치 연인에게 쓰는 편지처럼, 이번 레터는 일종의 고백이다. 성은의 귀국을 가장 기다린 사람 중 하나는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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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여행에 합류한 H를 맞이하기 위해 다시 강릉역을 찾았다. 마치 리플레이처럼 또다시 뜨거운 포옹의 순간을 거쳤다. 이번엔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간질거렸다. 마침내 이번 여행의 완전체가 된 우리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그냥 어제 본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에 있든, 무얼 하고 있든 단체 채팅방이 활발했던 지난 5개월이었으니까. 주로 나와 성은, H, 그리고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엽까지 4명이 있는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가 끊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성은이 매일 아침 일어나서는 성은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밤새 나눈 대화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며 자신도 잘 보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줬기 때문이다. 그 수고스러운 다정함 덕분이다.
셋이 함께 찾은 바다는 적당히 선선했고 사람이 적었다. 등 뒤로 넘어가는 해에 붉게 물드는 하늘을 보며 바다를 즐기…려다가 실패하고 깔깔 웃고 말았다. 성은이 보여준 한 사진 덕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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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을 때면 바다가 그리워진다. 그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다를 응시하고 싶기도 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싶기도 하고,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니까. 특히 동해는, 뭐랄까 한국인에겐 상징적인 바다이지 않은가. 모든 걸 벗어 던지고 훌쩍 동해 바다를 보러 떠나고 싶은 로망이 모두의 마음 한 편에는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번뇌와 잡념과 우울과 불안, 모든 부정적이고 내다버리고 싶은 것들의 종착지가 된 동해는 정말 그 밑바닥부터 수면까지 전부 ‘감정 쓰레기’로 가득 차있는지도 모른다. 그날따라 파도가 잔잔했다. 어디로도 흐르지 못한 채 그 모든 아픔들을 품고 있는 동해가 더 이상 그것들을 품어줄 수 없다고 하면 어쩌지? 이제 정말 동해를 지키는 ‘감정 경찰’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슬플 때 동해를 찾는 사고 회로를 끊어내기 위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성은과 H가 뛰노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상들을 머릿속에 띄웠다.
우리도 감정을 다 뱉어내고 오려고 바다를 찾았는데, 저 사진 한 장에 무장해제됐다. 갑자기 멋 모를 본능-아마 무엇이든 해서 이 애매한 시간을 채워야만 한다는 광대의 본능이었을 것이다-이 발현돼 저 사진을 따라해 보자고 제안했다. H와 내가 각각 팔을 X자로 만든 사람과 단호하게 검지를 올린 사람을 맡아 사진을 찍고, 되는 대로 합성해 유치한 짤을 하나 만들었다. 그걸 들여다보며 또 깔깔 웃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여행이 흘러갔다. 유치한 짓을 함께하고, 같이 좋아했던 것을 새벽 내내 들여다보고, 영원히 닳지 않을 추억을 회상하다 졸고, 또 요즘의 어려움을 툭, 꺼내놓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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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당도한 강릉 바다엔 단 1g의 감정도 버려두지 않았다. 누군가가 담아온 이야기와 추억, 어려움과 아픔, 고민을 들으며 내가 이들에게 동해 바다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유난히 잔잔하고 조용한 동해 바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든 훌쩍 날 보러 떠나와 감정을 마구 버려낼 수 있는 동해 바다. 이번 여행에선 정말로 그랬다. 이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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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e To Cue 는
매주 금요일 오전, 또 어느 때 갑자기
각기 다른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우편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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