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의 신분은 지난 5월 호를 보내는 시점 즈음에 종료되었다. 그러고 한 주를 더 싱가포르에 살았다. 가타부타 짚어보는 것도 해내야 하는데, 그래도 서울을 떠나올 때보다는 여러가지 것들을 갈무리하고 오긴 했으니 잠시 묵혀둘 수 있겠다.
오늘은 도시를 건너고 큐를 건너서 성은과 재연의 도시인 프라하와 런던으로 떠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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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을 떠난 모든 이들은 아니겠지만 나는 한국이 아니라, 한국에서의 관계가 너무나 그리웠다. 싱가포르에서의 사람들 관계들 장소들 모두 아낌없이 애정했으나 어쩐지 어느날은 한국에서의 관계가 정말로 사무치게 그리워져 베개에 동그란 눈물자국 두개를 남기기도 했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싱가포르에 오면 재워줄게, 먹여줄게, 이런 기회 다신 없으니 찾아가세요... 계속해서 고객이 절실한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굴었다. (이러고 2월에 H가 정말로 온다고 했을 때는 너무 좋아서 방에서 한 바퀴 굴렀다.) 그래서 나는 - 혹은 다른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 - 늘 나의 (외로운) 도시에 놀러오라는 공수표를 던지고, 상대방이 똑같은 말을 했을 때는 그걸 대담하게 긍정할 수가 없었다.
여러 고민을 거쳐 런던과 프라하를 2주 여행 장소로 택하게 되었다. 가서 성은과 재연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호했으나, 왠지 이 5개월 간의 큐-투-큐 교환일기 여정 중에 나도 모르게 프라하와 런던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음이 확실했다.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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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로 방문할 때 고민해야 할 것이 많았다. 사전조사라는 이름 하에 교통, 화폐, 문화, 장소, 역사를 압축적으로 배워가고 그것이 너무 문화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도 스스로 점검해야했다. 그래서 미뤘다. 체코와 대영제국의 역사를 미루니 어딜 갈지도 미루고 영원히 모든 것을 미루었다. 그때가 오월의 첫날이었고 그때가 바로 성은에게 구글맵 저장목록을 받아들은 때였다. 거기에는 100군데가 넘는 장소가 빼곡하게 저장되었다. 이 장소가 왜 좋은지 설명해주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해주는 아주 친절한 백서였다. 프라하에 가서 성은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정도면 오 할 정도는 만났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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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 도착해서 다행히 여행가기 직전(비행기 출발 4시간 전이었다..)인 성은을 브런치카페로 불러 엄마와 나 사이에 끼어두는 만행을 저질렀으며 대략 30분 정도밖에 보지 못했으나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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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는 성은이 저장해준 DOX 현대미술관, CAMP 건축 커뮤니티, 피들로바흐카 극장, 나세마소, 브런치 카페 베뉴 등을 들렀다. 이 친구가 왜 프라하를 좋아하는지를 말이 아닌 감각으로 느꼈다. 프라하를 만약 어떤 정보도 없이 갔다면 아름다운 빨간 지붕을 가진 도시, 흔한 여행객의 감상 정도를 가지고 떠났을텐데 그러지 않아 다행이였다. 나는 정말로 프라하라는 도시를 성은에게 빚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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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프라하를 떠나 런던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재연과 C를 만났다. 사실 재연만 만날 계획이었는데 C가 코벤트리에서부터 오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어 셋이서 함께 런던 나들이를 했다. 늘 하던 대로 꽤 즉흥적이고 아무 계획도 없는 만남이자 약속이었는데 장소가 런던이어서 요상했다. 런던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연극, 예술, 책,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런던의 어니스트 버거집에 앉아서 다함께 브루클린 나인나인의 제이크 페랄타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나와 재연은 I want it that way를 재현했다. 이때 추천받은 여러가지를 조금씩 나눠서 읽고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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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은 런던의 3요소 중 하나를 체험시켜주겠다며 우리를 리젠트 파크로 데려갔다. 새소리, 사람들이 웃는 소리, 오리가 우는 소리, 노래를 따라부르는 소리가 모두 한데 섞여서 짧게 말해 평화로운 소리가 났다. 우리는 또다시 거기에 앉아 웃고 떠들고 이야기했다. 런던에서 출발하는 수많은 대화주제들이 나왔다. 런던의 폭력적인 물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좋은 이유, 런던의 사람들, 그들의 말투, 런던에서 계속 살 수 있다면 그러할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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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컨대 이 날이 나의 6일간의 런던 탐방 중 가장 평화로운 날이었다. 런던은 6일 동안 여행하고 보기에는 정말로 밀도가 높은 도시였기 때문에 나머지 5일 간은 어디에 쫓기는 사람처럼 조급하게 굴곤 했는데, 이 날만큼은 여유롭게 런던의 많은 것들을 눈에 담고 충만하게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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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에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아무 연고도 없는 장소에 혼자 뚝 떨어져
그 장소를 내 마음대로 조급하게 보고 오는 것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특별히 달랐다.
성은의 프라하에, 재연의 런던에 그들과 함께 잠시 머무르며,
나는 그들의 경험과 생활을 빚져 도시에 여행이 아닌 머무름에 방점을 찍어보기도 했다.
그들에게 정말로, 도시를 빚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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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e To Cue 는
매주 금요일 오전, 또 어느 때 갑자기
각기 다른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우편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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